선(善)과 오래참음의 교육을 시켜주신 부모님

어머니는 밤이 되면 한겨울에도 목욕재계를 하신 후 하얀 한복으로 갈아 입으시고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놓고 절을 하면서 치성(致誠)을 들였다. 막내였던 나는 어머니가 방에 들어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잠을 잤다. 그런데 어머니가 유난히 늦게 들어오실 때는 창호지 문구멍을 뚫고 구경하다가 스르르 먼저 잠드는 날도 많았다.

“어머니, 왜 그렇게 열심히 절을 하세요?”

“내가 이렇게 북두칠성을 향해 공을 들이니까 너희 큰 형이 6.25 전쟁터에 나갔어도 무사히 지킴 받고 살아올 수 있었단다. 너희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도 내가 이렇게 불공을 들이고 치성을 들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훗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질병으로 내가 수년 동안 아파 누워있을 때 어머니는 열심히 치성을 들이시며 아들의 건강을 기원했건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한순간에 깨끗하게 치료해 주셨다는 소식을 듣고 누가 권면해 준 것도 아닌데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셨다.

“내가 오랫동안 이렇게 자식들을 위하여 불공을 들였건만 부처도, 북두칠성도 내 아들을 병을 고쳐주지 못하였는데 교회에서 병을 치료받았으니 내가 교회에 나갈란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즉시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만 섬기는 신실한 신앙인으로 변화되셨던 것이다.

부모님의 엄격한 교육 속에

막내였던 나는 다른 형제들보다 유달리 부모님의 말씀에 잘 순종하는 편이었기에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나의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생활 규범 전반에 걸쳐 자녀들에게 엄격하게 교육을 시키셨다. 사람의 근본 도리뿐만 아니라 걸음걸이나 말하는 법, 옷 입는 법, 식사 때 예의, 수저를 쥐는 방법, 어떻게 잠을 자고 일어나야 하는지 등을 일러 주셨다.

또한 말을 할 때는 큰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고 상대의 말이 끝난 후에 말을 해야 하며, 윗사람과 대화할 때 똑바로 쳐다보지 말 것, 이웃 집에 들어갈 때는 미리 인기척을 내어 상대방이 당황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아무리 가난해도 거지가 오면 빈손으로 보내지 말 것 등매사를 선(善)하게, 또한 오래참음으로 행할 것을 강조하셨다.

이렇게 선한 교육을 시켜주셨던 부모님 덕분에 나는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시절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하나님을 만난 이후에도 오직 하나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아멘으로 쉽게 순종하여 말씀대로 행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한학자이셨던 아버지는 관상과 손금을 연구하셨는데 때로는 앞으로 나라에서 일어날 일이나 동네 사람들의 애경사 등을 정확하게 맞추곤 하셨다.

“우리 재록이는 큰 인물이 될 것이구먼. 그런데 다 좋은디 생명선이 도중에 끊겨서 요절할 운명이니 어찌할꼬? 그래도 그 옆에 실날같이 이어진 선이 있으니 30세만 잘 넘기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을 주는 인물이 될 것이구먼.”

아버지는 내 손금과 관상을 보고 기뻐하셨다. 내가 젊어서 요절할 수도 있지만 30세를 잘 넘기면 세계 곳곳에 다니며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질병의 굴레 속에서 나는 삼십 세에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었다. 내일 당장 어찌 될지 모르는 위급한 현실 속에서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이다.

혹시 젊어서 요절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 막내 아들의 운명을 안타깝게 생각하셨던 아버지는 할 수만 있다면 아들에게 좋은 것으로 가르치시고 공급해 주시고자 최선을 다하셨다. 어머니 역시 근면하고도 성실한 삶으로 가족들을 위해 살아가셨다.

초등학교 때 사고를 당하여

나는 어릴 적부터 워낙 건강한 편이었다. 어머니가 막내인 나를 유난히 사랑하셔서 몸에 좋다는 보약과 꿀, 약초 등을 늘 먹이셨기에 또래의 아이들보다 힘이 센 편이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씨름판에 나가면 상을 휩쓸어 별명이 ‘장사’였다. 꼬마대장 격인 나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당시 6.25 전쟁의 영향으로 우리는 과격한 놀이를 많이 하였다. 전쟁놀이나 칼싸움, 발차기와 레슬링으로 상대의 목을 조르는 ‘사비’ 라는 놀이를 주로 하였다. 아이들은 레슬링을 하다가 상대방이 목을 조여 오면 숨을 쉴 수가 없기에 손을 들어 항복 표시를 한다. 그러나 나는 숨이 넘어갈 정도가 되어도 항복하질 않다가 기절한 적도 있었다. 어떤 싸움을 하든지 꼭 이길 때까지 해야할 정도로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했던 것이다.